2010년 5월,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 연구팀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컴퓨터로 설계한 DNA를 화학적으로 합성해 생명력 없는 세포에 이식하자 세포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공 DNA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들어낸 순간이었습니다.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생명체를 마치 엔지니어링하듯 설계하고 제작하는 분야입니다. 자연에 없는 새로운 생명 기능을 만들거나 기존 생물을 재프로그래밍합니다. 신약 개발부터 플라스틱 분해까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파헤쳐 봅니다.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생물학적 부품(유전자, 단백질, 대사 경로)을 설계·조합해 자연에 없는 새로운 생물학적 기능을 만들거나 기존 생물을 목적에 맞게 재프로그래밍하는 학문입니다.
합성 생물학은 생물학과 공학의 결합입니다. 전기 엔지니어가 저항, 트랜지스터, 커패시터를 조합해 회로를 설계하듯, 합성 생물학자는 유전자, 프로모터, 단백질 코딩 서열을 표준화된 '바이오 부품'으로 취급해 조합합니다.

MIT의 합성 생물학 연구자 톰 나이트(Tom Knight)는 표준화된 유전자 부품 시스템인 바이오브릭(BioBrick)을 제안했습니다. 누구나 공유하고 조합할 수 있는 유전자 부품 라이브러리로, 합성 생물학의 오픈소스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0년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JCVI)는 마이코플라스마 박테리아의 게놈 전체를 컴퓨터로 설계하고 화학적으로 합성한 뒤 핵이 제거된 세포에 이식해 최초의 합성 생명체 JCVI-syn1.0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기존 박테리아(Mycoplasma mycoides)의 게놈 서열 107만 7,947개 염기쌍을 컴퓨터에 저장했습니다. 이 서열을 토대로 화학적 원료에서 DNA를 합성하고 조각들을 이어붙여 완전한 인공 게놈을 만들었습니다. 이 인공 게놈을 다른 종의 박테리아(Mycoplasma capricolum)에서 핵을 제거한 세포에 이식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세포가 인공 게놈의 지시에 따라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인공 게놈에 제임스 조이스, 리처드 파인만 등의 유명 인용구를 DNA 코드로 숨겨놓았습니다. 최초의 생명체에 인간의 메시지를 새겨넣은 것입니다.
합성 생물학은 신약 생산, 바이오 연료, 환경 오염 제거, 질병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 생산이 대표적입니다. 원래 아르테미시닌은 중국 쑥에서 추출했는데 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비쌌습니다. 2003년 버클리 대학교 제이 키슬링(Jay Keasling) 교수팀이 효모의 유전자를 재설계해 아르테미시닌 전구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말라리아 치료제 가격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코로나19 mRNA 백신도 합성 생물학의 성과입니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정보를 담은 mRNA를 설계하고 지질 나노입자로 포장해 체내에 전달하는 기술이 핵심입니다. 백신 개발 기간이 기존 수년에서 수개월로 단축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효소 개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미생물 설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합성 생물학은 강력한 가능성만큼 심각한 위험도 내포합니다. 가장 큰 우려는 의도적 또는 우발적으로 위험한 합성 병원체가 자연에 방출될 가능성입니다.
DNA 합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누구나 비교적 쉽게 유전자를 합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악의적인 행위자가 기존에 없던 병원체를 설계하거나 기존 바이러스를 더 강력하게 만들 가능성이 생물 안보(Biosecurity) 전문가들의 핵심 우려입니다.
자연 생태계 교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합성된 생물이 자연 환경에 방출되면 기존 생태계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합성 생물에 자연에서 생존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생물 봉쇄(Biocontainment) 장치를 넣는 연구도 진행됩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와 유네스코는 합성 생물학 거버넌스를 위한 국제 규범 마련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Q. 합성 생물학과 CRISPR 유전자 편집은 어떻게 다른가요?
CRISPR는 기존 생물의 특정 유전자를 편집(자르고 붙이는) 도구입니다. 합성 생물학은 더 넓은 개념으로 완전히 새로운 유전 회로를 설계·제작하거나 게놈 전체를 합성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CRISPR는 합성 생물학의 핵심 도구 중 하나입니다.
Q. 인간 게놈도 합성할 수 있을까요?
기술적으로는 향하고 있습니다. 2016년 HGP-Write 프로젝트가 10년 내 인간 게놈 전체를 합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인간 게놈은 박테리아 게놈보다 약 1,000배 크기 때문에 기술적 도전이 엄청나며, 윤리적 논의도 함께 필요합니다.
Q. 합성 생물학으로 만든 식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나요?
네. 효모를 재설계해 만든 인공 바닐라 향(레솔루트 등), 합성 생물학으로 생산한 스테비아 감미료, 세포 배양육 등이 일부 시장에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 FDA는 일부 합성 생물학 식품 성분을 승인했습니다.
참고: Gibson D.G. et al., Science (2010), Keasling J., Nature (2003), Presidential Commission for the Study of Bioethical Issues (2010), UNESCO Synthetic Biolog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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